그날, 나는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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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혐오한 남자들

남편·애인에게 살해된 여성, 지난해에만 91명

2015년 한 해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최소 91명이었다(한국여성의전화, 2015년 언론에 보도된 살인 사건 분석 결과).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도 최소 95명에 이른다.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무고한 50명도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 최소 1.9일의 간격으로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는 것이다.

<2015년 아내 폭력·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 범죄의 피해자 유형>
피해자
범죄유형
배우자 관계 데이트 관계 기타 소계 주변인 총계
살인 50 37 4 91 23 114
살인미수 등 43 49 3 95 27 122
누계(등) 93 86 7 186 50 236
<한국여성의전화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

여성 살해 가해자의 범행 동기 혹은 변명

아내나 애인을 살해하거나 중상을 입힌 가해자들은 여성들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가장 많이 살해하거나 중상을 입혔다(64건).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여성을 살해하는 경우가 54건,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만났다고 의심했을 때는 30건이었다.
가해자들은 피해 여성이 ‘강낭콩 껍질을 벗겨서’, ‘양말과 운동화를 세탁하지 않아서’, ‘전화 받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살해하거나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을 향한 폭력이 얼마나 가부장적이고 왜곡된 성인식과 태도에서 비롯되는지 알 수 있다.

<2015년 아내 폭력·데이트 폭력 살인 범죄 가해자 범행 동기>
피해자
범죄유형
헤어지자고
했을때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다른남자를
만나거나
의심했을 때
성관계를
거부했을때
무시
했을때
언급
없음
기타 총계
살인 17 37 13 3 7 3 11 91
살인미수 등 47 17 17 5 4 2 3 95
누계 64 54 30 8 11 5 14 186
비율(%) 34 29 16 4 6 3 8 100
<* 주변인 피해 제외>
<한국여성의전화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

나는 남자와 동등한 존재가 아니었다

흉악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여성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흉악 강력범죄 피해자 현황>

(출처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5 한국의 성인지 통계)

“이러한 강력범죄의 성별 피해자 현황은 강력범죄가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5 한국의 성인지 통계’

<2014년 강력범죄로 인한 여성 사망자>

(출처 : 2015 대검찰청 범죄분석 ‘피해결과’)

세계적으로도 살해당한 여성 비율 높은 한국

<각국 살인사건 피해자의 남녀 비율>

(출처 : UNODC ‘2014 Global Homicide Book’)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은 살인사건 피해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소수의 국가들 중 하나다. 더보기 >> 2013년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조사 결과 2011년 기준 한국(52.5%)은 일본ㆍ홍콩(52.9%) 등과 함께 살인사건 피해자의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G20 국가 중 한국보다 여성 피해자 비중이 높은 국가는 하나도 없었다. 미국 22.2%(2012), 중국 21.9%(2010), 영국 22.2%, 캐나다 30.2%, 프랑스 37.9%(2010), 호주 32.7%(2012)를 기록했다. 여성 인권이 낮은 국가로 평가되는 사우디아라비아 33.3%(2010), 이집트 12.2%, 터키 20.5%에서도 살인사건 피해자의 여성 비율은 한국보다 낮았다.

남편과 애인에게 맞아 죽어가는 여자들

(출처 : 한국여성의전화)
(출처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중심으로’)

여성폭력은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살인 범죄 피해자 1만283명 중 피해자가 연인인 경우가 1059명(10.3%)이었다.더보기 >>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보도 사례를 기반으로 여성 살해를 집계한 결과,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657명이다. 살인미수를 포함하면 1051명으로 늘어난다. 최소 2.4일에 여성 한 명이 살해됐거나 살인미수 사건을 경험한 셈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여성 2000명 중 53.5%(1070명)이 남자 친구에게 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었다.

피해자 입 막는 사회

(출처 : 여성가족부의 ‘2010 성폭력 실태조사’)
(출처 : 검찰청)

여성 살해 사건을 면밀히 분석한 국가 공식 통계는 없다. 범죄 통계와 데이터 수집 양식도 집계 기관마다 다 다르다.더보기 >> 범죄 발생률 등은 신고와 인지를 기준으로 집계되는데, 국내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성폭력 범죄 기소율은 2014년 기준 42.2%였다.
여성가족부의 ‘2013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토킹, 성희롱, 성추행, 강간미수, 강간 중 하나 이상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471명 중 66.6%는 피해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1.1%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14.4%는 ‘신고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를 들었고, ‘남에게 알리는 것이 두려워서’를 꼽은 경우도 12.8%나 됐다. 여성가족부는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사회적 편견 탓에 피해 사실을 숨긴 채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을 드러내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우연히’ 살아 있음을 깨달았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집단적 각성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거리에 나왔다. 피해자를 추모하고, 저마다의 목소리를 냈다.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외치는 여성들의 말에 귀 기울일 때다.

  • 성추행 경험이 너무 많은데 일일이 트라우마를 가질 수가 없어요. 그러면 못 사니까. 발생 장소가 지하철, 버스인데 못 타면 어떻게 살아요. 무덤덤해져 버렸어요. 그런 식으로 폭력이 일상에 스미는 거라고 생각해요.”원문 기사 >>
  • 소라넷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같이 보던 오빠가 무섭다며 껐어요. 근데 오빠는 그거 꺼 버리면 그만이잖아. 여성들은 공포로부터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요.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범죄자들은 사이코가 아니라 문제를 방관하도록 길러진 사회의 산물이에요. 언제 어디든 있어요.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범죄는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저는 공포 때문에 제 말과 행동을 제압당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여자고, 사람이에요.” 원문 기사 >>
  • 남들의 시선 때문에 친구들과 늦게까지 노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예쁜 치마, 빨간 입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게 범죄에 대한 허락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원문 기사 >>
  • 세상의 절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평등과 폭력을 겪고 있다. 남자로 태어난 우리는 아마 평생 그런 부조리를 경험하지도, 실감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엄연히 존재하는 불평등과 폭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원문 기사 >>
  • 이런 살인은 우리가 멈출 수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혐오를 멈춥시다. 대신 토론합시다. 공론화하고 법제화합시다. 여성들은 자신에 대한 자기검열과 기만과 불안을 멈추고, 대신 행동합시다. 이 희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원문 기사 >>

젠더 전문가들이 본 강남역 사건

  • 강남역 사건은 젊은 여성들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분노의 표출이다. ‘살해당한 건 나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여성들이 강간 문화의 생존자라는 얘기다. 더보기 >> 언론을 비롯해 사회 전체에 여성을 강간하는 언동이 넘쳐나는데 우연히도 피해자가 되지 않아 살아남았다는 의미다.
    ‘여혐 대 남혐’ 구도를 조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자체가 바로 ‘미소지니’(misogyny·여성혐오)다. 여성들에게 ‘조용히 하라’ ‘입 다물고 있어’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가치관이 널리, 깊이 정착된 젊은 여성들은 ‘더 이상 이러한 것들에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 일본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http://www.womennews.co.kr/news/94649
  •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은 개개인이 체화한 여성혐오가 현실 세계에서 ‘실천’으로 나타난 사건이었다고 봅니다.더보기 >> 청소년기의 성평등 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여성혐오 메시지가 ‘유머’로 유통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형식적 객관주의’를 유지하는 한국 저널리즘도 여성혐오를 부추겼습니다.” -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http://www.womennews.co.kr/news/94367
  • 문제의 근원인 혐오와 차별적 의식은 살인사건 같은 강력범죄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더보기 >> 데이트폭력, 직장 내 성적 괴롭힘, 고용과 서비스영역에서의 각종 차별행위, 보고되지 않은 증오‘적’ 범죄 등 수많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증오, 혐오, 차별, 적대가 만들어내는 모든 사회 문제에 우리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맞서야 할 때입니다.” -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http://www.womennews.co.kr/news/94369
  • 우리는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에 기반한 살인’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한 시민들, 그리고 이들 간의 연대와 조직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더보기 >> 이들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 포괄적 사회구조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남성에 대한 공격과 혐오 표출이 아닙니다. 공존을 위한 투쟁에 동참하라고 권유하는 겁니다.” -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http://www.womennews.co.kr/news/94368
  • 공중화장실법 개정이 대안입니까? 정신질환자의 문제입니까? 남녀 대결 구도로 가져가는 게 옳은 것일까요? 진짜 문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부재한 상황입니다.더보기 >> 정말 필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차별과 혐오를 규제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요?”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http://www.womennews.co.kr/news/94371
  • 여성들이 원하는 건 보호가 아니라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입니다. 정부는 ‘강남역 포스트잇’에서 드러난 여성들의 일상적 불안과 공포를 제대로 읽고,여성폭력 문제를 국가의 중심 해결과제로 삼아야 합니다.더보기 >> -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 http://www.womennews.co.kr/news/94372
  • 한국엔 ‘여성폭력’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국가 대응 원칙을 규정한 기본법이 없습니다. ‘여성폭력근절기본법’처럼 다양한 여성폭력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법안을 검토해 봤으면 합니다.더보기 >> 여성폭력 범죄 통계를 구축하고 ‘여성보호’와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는 여성폭력예방정책을 수립했으면 합니다.” -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http://www.womennews.co.kr/news/94372
  • 공교육, 미디어 등을 통한 일상의 성평등 정착 노력도 필요합니다.더보기 >> 유치원 때부터 여성인권교육을 정규과목으로 지정하고, 경찰대·로스쿨 등 기관에도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과목을 필수로 포함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http://www.womennews.co.kr/news/94739

“폭력이 일상이 되어버린 많은 이들은 폭력을 인간의 본성으로 여긴다. 그렇지 않다. 폭력은 예방할 수 있다. 정부, 공동체와 개인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 넬슨 만델라, 2002 전 세계의 폭력과 보건에 관한 WHO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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